팀장의 탄생

🔖 그가 우리 팀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성과였다. 우리 팀이 가치 있고 사용하기 쉽고 완성도 있는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어내는가? 다른 하나는 우리 팀의 강점과 만족도였다. 내가 팀원을 잘 뽑아서 성장시키고 있는가? 우리 팀원들이 즐겁게 잘 협력하고 있는가? 첫 번째 기준은 우리의 현재 성과를, 두 번째 기준은 우리가 앞으로 뛰어난 성과를 낼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 중 첫 번째는 '팀 전체가 무엇이 성공인지 알고 그것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팀이 이루고자 하는 성공, 즉 목적은 ‘전화를 거는 모든 고객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한다’처럼 구체적인 형태일 수도 있고, '전세계인을 더 가깝게 연결한다'처럼 광범위한 형태일 수도 있다. 팀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구성원 모두가 그것을 알고, 실현 가능성을 믿으려면 먼저 관리자 자신이 그것을 알고 믿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메일을 쓸 때, 목표를 세울 때, 팀원과 일대일로 면담할 때, 회의를 진행할 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목적을 설파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관리자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바구니는 '사람', 다른 말로 '누구'다. 팀원들이 성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뛰어난 성과를 낼 만큼 의욕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팀원들이 업무를 처리할 능력이 안 되거나 능력 은 되는데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사람을 잘 관리하려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그리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누구에게 무슨 일을 맡길지(필요하다면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할지에 관해서도) 현명하게 판단하고, 각 사람이 최고의 기량 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해야 한다.

마지막 바구니는 '프로세스', 즉 팀이 '어떻게' 협력하느냐다. 팀원들이 아무리 날고 기는 능력자이고 팀의 최종 목표를 똑똑히 알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협력을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팀의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다면 간단한 일도 무지막지하게 복잡해진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처리해야 하는가? 의사결정 시에는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 관리자는 아무리 실무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직접 실무를 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서는 팀의 성과가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모름지기 관리자라면 팀의 목적, 사람,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팀의 전체적인 성과에 최대한 멀티플라이어 효과를 내야 한다.

(…)

그러다가 내가 더는 개별기여자로 존재하면 안 되는데도 계속 그 일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대부분의 수습생 관리자가 겪는 일이다). 우리 팀이 예닐곱 명으로 늘어났을 때로 기억하는데 나는 여전히 복잡한 프로젝트의 리드 디자이너 로서 일주일 중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그 와중에 관리자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 다. 그래서 어떤 팀원에게 각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거나 그 주간에 여러 건의 검토 일정이 잡히는 등 특별한 일이 생기면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가 없었다. 당연히 작업물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고, 동시에 잡으려던 두 마리 토끼가 야속하게 자꾸만 더 멀어졌다.

결국에 가서는 매니저와 디자이너의 역할을 다 하려고 하면 이도 저도 안 되니까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교훈을 꼭 나처럼 직접 고생을 해가면서 배울 필요는 없다. 팀이 4~5명 규모가 되면 관리자로서 팀원들을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개별기여자로서 처리하는 업무를 계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 그날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나는 '작은 승리' 라는 제목의 일기장을 만들었다. 매일 거기에 아무리 사소해도 그날 내가 한 자랑스러운 일을 적었다. 어느날은 일대일 면담에서 유익한 조언을 한 것을 자축했고, 또 어떤 날은 회의를 생산적으로 진행한 것을 칭찬했다. 언젠가 너무 힘들었던 날에는 그런 상황에서도 몇 통의 메일에 신속하게 답한 것을 자랑스럽게 적었다. 매일 밤 감사한 것 다섯 가지를 적으면 더 행복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감을 키우고 싶다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일을 찾아서 적자.

🔖 잊지 않고 부지런히 피드백을 구할 수 있는가?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을 듣고 진정한 변화로 보답할 수 있는가? 이때는 업무 피드백과 행동 피드백을 모두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밝히면 좋다. "저기, 내 프레젠테이션 어땠어요”라고 물으면 아마 "좋았어요."처럼 별로 영양가 없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고 3분 안에 요점을 확실히 전달하려고 노 력 중인데 어땠어요? 다음번에는 어떻게 하면 더 확실히 전달할 수 있을까요?” 하는 식으로 콕 집어 물으면 상대방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기 쉬워진다. (…) 그리고 피드백을 받았으면 반드시 고맙다고 인사 하자. 설사 상대의 피드백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성의를 감사히 여기자. 피드백을 받고 방어적인 모 습을 보이면 앞으로 피드백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니 본인만 손해다.

🔖 유능한 CEO들은 모든 프로젝트를 살리는 것보다 잘되는 소수의 프로젝트에 더 많은 인력, 자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유능한 투자자들은 유망한 스타트업 하나를 발굴해서 초거대 기업으로 키워내는 게 손실이 나는 스타트업 수십 개를 안고 가는 것보다 더 이익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팀의 유망주가 관심을 좀 달라고 난리를 치지 않더라도 그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나은 리더가 되도록 도와준다면 팀 전체의 역량이 깜짝 놀랄 만 큼 향상될 것이다.

🔖 이 양면적인 문제는 기대치를 설정하면 해결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팀원에게 당신이 어느 정도 선에서 개입할 예정인지 알려주자. 일주일에 두 번씩 작업물을 검토하고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자고 확실히 말해야 한다. 당신이 결정할 사안은 무엇이고 팀원이 결정할 사안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자. 느닷없이 나타나서 폭탄처럼 새로운 요구 사항을 던져 놓고 가는 관리자는 팀원에게 원망만 살 뿐이다. 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프로젝트에 어떻게 관여하기를 원하는지 미리 말하는 관리자는 그런 갈등을 거의 겪지 않는다.

🔖 누구나 일하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를 하고 가장 답답할 때는 그 원인이 전략과 실행 중 어느 쪽에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어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하는 경우다. 좋은 시나리오를 갖고도 졸작이 나오고, 최첨단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기존 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천재 교수가 하는 수업이 형편없을 때는 모두 실행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세계 최강의 계획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올바른 실행은 합리적인 방향을 선택하고, 무엇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 신속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는 뜻이다. 이때는 속도가 무척 중요하다. 빠른 주자가 아무리 중간에 길을 몇 번 잘못 들고 느린 주자가 아무리 지름길을 알고 있다고 해도 결국 승자는 발이 빠른 쪽이다. 팀이 실행을 잘하고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그 누구도 똑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물도 같은 물이 아니요, 사람도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도전은 강물을 건너는 행위와 같다. 징검다리, 물살, 눈에 안 보이는 소용돌이를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운 뒤 건너편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강을 건너다 발이 미끄러질 수도 있 다. 물에 빠질 수도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끄러질수록 당신은 더욱 현명해진다. 이때는 잠깐 시간을 내서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번에는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탐구해보자. 그래서 다음번에 또 거세게 흐르는 물길을 만났을 때는 대담하고도 느긋하게 건너게 되길 바란다.

🔖 사람 외에 또 당신과 팀원의 시각이 일치해야 할 부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생텍쥐페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배를 만들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사람을 모아서 나무를 베어 와라, 이 일을 해라, 저 일을 해라 시키는 게 아니다. 우선 그들이 망망한 대해를 갈망하 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주에 처리해야 할 일, 회의, 메일은 무수 한 시간의 백사장에서 한 톨의 모래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들 뒤에 있는 더 큰 목적은 무엇인가? 왜 매일 아침 일어나서 회사에 나오는가? 당신의 팀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팀원들과 꾸준히 비전을 이야기해야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서 비전이 더욱 선명해진다. 선명한 비전이 있을 때 올바른 행동이 더 잘 나온다.